협상기한 단축을 목표로 하는 새 항만민자제도가 처음 적용된 울산신항 등 3개 민자항만건설사업의 협상이 오히려 더 지연되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협상지연은 민자항만건설사업이 도로, 철도 등 타 민자SOC사업보다 상대적으로 운영 리스크가 높은 데도 운영수입 보장기간을 축소하고 조달청 선심(線審)제도를 도입해 공사비를 삭감키로 한 데 따른 것으로 앞으로도 협상과정이 더욱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5일 해양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1년 하반기 우선협상대상자를 지정했던 마산항 1-1단계 컨테이너 터미널, 포항 영일만신항, 울산신항 1-1단계 컨테이너 터미널 등 3개 민자사업의 실시협약 체결이 2년 이상이나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부는 현재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주관한 울산신항 사업에 대한 실시협약 가서명이 지난 7일 이뤄졌지만 예산처 심의, 민간투자사업심의회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해를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역시 현대산업개발의 마산항, 대림산업의 포항영일만 신항건설사업은 아직 가서명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들 3개항의 실시협약체결을 10월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던 해양부의 당초 약속과 달리 연내 실시협약 체결은 고사하고 내년 상반기중 체결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

특히 이들 사업은 협상기간을 기존 18∼24개월에서 10∼12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의 새 항만민자제도가 처음 적용됐으나 지난 2001년 6월, 10월, 12월에 협상대상자가 지정됐음을 감안하면 실시협약 체결기간은 30개월 가량으로 제도 도입 이전보다 더 늘어나 새 제도 도입취지가 무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협상 지연의 주원인으로 건설업계는 새 민자제도 적용으로 인한 운영수입보장 축소 및 리스크 증대, 조달청 선심제도 추가에 따른 공사비 삭감 등을 둘러싼 해양부와 업계간 신경전 때문으로 분석했다.

업계는 당초 설계액과 조달청 검토금액을 비교할 때 울산신항(1천453억원, 1천316억원)의 경우 136억원, 포항영일만신항(2천186억원, 2천8억원)은 178억원에 달하는 차이에 대한 양측의 신경전 속에 접점이 도출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새 민자제 적용으로 운영기간 중 80∼90％의 운영수익 보장규정도 5년단위 10％씩 감축토록 하고 실제 운영수입이 추정수입의 50％ 미만일 때 50％에서 그 차액을 뺀 금액을 삭감키로 하는 등 운영 리스크까지 가중된 상황에선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지 않는 한 협상타결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관련업계로부터 "지나친 퍼주기"라는 비난까지 감수해가며 해양부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함으로써 일단 1개 사업이나마 가서명을 얻어냈지만 포항영일만신항의 우선협상대상자인 대림산업은 적정 수익성 확보를 위한 보완조치가 없이는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대림산업 민자팀 관계자는 “조달청 선심공사비와 당초 공사비간 접점 도출, 실시협약 문구상의 사용료 조정 및 국고보조폭 확대 등의 사안에서 서로가 합의점을 찾지 않으면 협상차질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선행될 울산신항의 협약문구상의 후순위차입금 포함여부 및 귀책사유 등에 대한 규정이 마무리돼야 이를 참고해 협상이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당초 2005년 완공이 예정됐던 포항영일만 신항사업은 배후도로 건립문제까지 겹쳐 2006년에야 겨우 착공이 가능한 상태이고 마산항과 울산신항 역시 당초 목표인 2007년과 2006년 완공이란 목표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여서 동북아 물류중심 건설을 위한 항만확충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특히 현행 민자기본계획 체제가 첫 적용된 이들 3개 사업의 협상이 오는 21일 사업제안서 접수에 나설 인천북항 및 평택항 민자사업은 물론, 동양고속건설이 제안한 광양항 3-3단계 민간제안사업 등 향후 추진될 모든 항만민자사업에 준용돼 사업장기화가 불가피한 것은 물론 업계의 항만민자사업 참여도도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마져 나오고 있다.

A건설 K부장(SOC팀장)은 “운영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항만민자사업의 리스크가 새 민자계획 적용으로 리스크가 더욱 가중됐으며 업체들도 항만보다는 도로, 철도 등 다른 민자사업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업계의 항만민자사업 기피로 인해 경쟁구도 형성을 통한 국가예산 절감이란 새 제도의 목표달성이 어려워졌으며 오히려 민자사업의 재정전환으로 국고부담이 가중되고 항만건설이 더욱 위축돼 해운물류경쟁력을 상실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간건설)